[파이낸셜뉴스] 김영우 탈북청년 위한 대안학교 '해솔직업사관학교' 이사장(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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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년에 기술 가르쳐 정착 돕는다"
2년 기숙사 생활하며 교육
심리치료에 취업 지원까지 조기퇴사 않게 사후관리도
"한국 사회에 적응 못하는 탈북청년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지금 시스템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는 탈북청년들이 온전히 우리 국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70년 가까운 세월 속에서 남과 북의 경제적인 격차가 커지고 북한의 정치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들어온 탈북민 수는 지난해 말 3만명이 넘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엔 전년보다 11% 증가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탈북민 대다수는 한국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강원 춘천에서 탈북청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해솔직업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우 이사장(68·사진)은 5일 "그들을 진정으로 돕는 방법은 대학 학위가 아닌 쓸모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울뿐인 명문대 타이틀보다 실용적인 기술교육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해주고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사람과 어우러지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30년 가까이 한국외환은행에서 금융맨으로 살았던 그가 탈북청년들을 위한 교육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1997년 북한의 경수로 사업 때문에 설립된 함경남도 신포지점에서 초대 지점장으로 재직했던 경험 때문이었다. 2년여의 시간 동안 북한 현지에서 어려운 실상을 보고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퇴임 후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했다.
김 이사장은 "2004년부터 서울에서 대안학교를 운영하며 탈북학생들을 가르치고 일류대로 진학시켜본 적도 있었지만, 그중 80%는 적응을 못하고 자퇴를 하더라"라며 "이를 통해 먼저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건강·심리 치료를 하고 사회에 자연스레 적응할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로 설립 4년째를 맞이한 해솔직업사관학교의 재학생 수는 20여명, 20~30대의 젊은 남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입학 후 2년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풀 패키지(Full-package)' 교육을 받는다. 어렸을 적 북한에서 생활하며 겪은 기아와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학습진단을 거쳐 그에 맞는 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따거나 전문대 진학을 하고, 기업체 입사까지 지원한다. 기업에 입사한 뒤에도 조기퇴사하지 않도록 학교에서 3년간 멘토링 등 사후관리를 실시한다. 겉보기엔 소수지만 해가 갈수록 학교가 관리하는 학생은 점점 늘어나는 셈. 대략 이렇게 교육하기 위해 투자하는 금액만 해도 일인당 2200만원 정도가 든다.
김 이사장은 "단지 학위를 주고 책임지지 않는 교육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으로 키워내고 가정을 이루는 등 정착시키는 것이 내 소명"이라며 "이를 통해 4명의 학생이 각자의 적성에 따라 일류호텔 요리사 및 골프장 설비기사, 선반기능공, 중장비기사 등으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세간의 우려 섞인 말에 김 이사장은 "단기적인 선심성 정책과 교육으로 결국 자립능력이 없는 이들을 양산하는 정책보다 더욱 경제적인 방식"이라며 "탈북민들이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며 성실한 납세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2017년 3월 6일자 30면 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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